샌디에이고 김하성. 게티이미지
샌디에이고 김하성(29)이 유격수로 복귀한다. 슈퍼스타 산더르 보하르츠(32)와 자리를 맞바꿔 올 시즌을 맞이한다.
김하성의 유격수 복귀에는 다각적인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장 올 시즌의 전력 극대화 뿐 아니라 차후 팀의 미래까지 고려한 선택이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지난 17일(한국시간) 2루수 김하성과 유격수 보하르츠의 포지션을 맞바꿀 것이라고 밝히면서 “김하성은 지난해 유틸리티 부문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선수다. 보하르츠도 김하성이 유격수로 출전하는 게 팀에 도움이 된다는 걸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하르츠는 메이저리그(MLB)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유격수지만 수비 능력은 평균 아래였다. 지난해까지 유격수로만 11년을 뛰면서 OAA(Outs Above Average) 누적이 -31, DRS(Defensive Run Save) 누적은 -54를 기록했다. OAA는 평균 대비 얼마나 많은 아웃을 잡았는지, DRS는 평균 대비 얼마나 많은 실점을 막았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다. 둘 다 0이 평균치다. 내야 이곳저곳을 다니며 불과 3시즌만 소화한 김하성이 벌써 OAA 누적 7, DRS 누적 22를 쌓아 올렸다.
샌디에이고 산더르 보하르츠. 게티이미지
샌디에이고는 최근 몇 년 동안 오프시즌마다 대형 FA선수들을 무더기로 영입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외야수 후안 소토가 뉴욕양키스로 떠났고, 마무리 조시 헤이더는 휴스턴으로 이적했다. 가진 전력을 최대한 쥐어짜야 할 처지다. 김하성과 보하르츠의 포지션 교대는 그 첫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의 수비 능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동시에 수비 부담을 덜어낸 보하르츠가 타격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보하르츠는 샌디에이고 이적 첫해인 지난 시즌 타율 0.285에 OPS 0.790을 기록했다. 나쁘지는 않지만, 11년 2억8000만 달러에 이르는 몸값을 생각하면 아쉬운 숫자다.
김하성의 유격수 복귀는 동시에 구단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 김하성은 올 시즌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달러 계약이 끝난다. 내년 상호옵션이 있지만, 김하성이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FA 시장에서 훨씬 더 좋은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긴축 모드’에 들어선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7월 트레이드 마감시한 전까지 김하성을 다른 팀으로 보낼 가능성이 여전하다.
김하성을 팔아야 한다면 최대한 비싼 값으로 팔아야 한다. ‘유격수 김하성’이 당연히 ‘2루수 김하성’보다 가치가 높다. 포수를 제외하고 야수 가운데 수비 부담이 가장 큰 포지션이 유격수다. 공수를 겸비한 유격수는 MLB에서도 희소 자원이다. 지난해 빅리그 유격수들의 평균 OPS는 0.703에 그쳤다. 야수 전 포지션 가운데 포수(0.695) 다음으로 낮은 숫자다.
야수진 교통정리를 위해서도 김하성의 유격수 복귀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대형 유격수 자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잭슨 메릴(21)이 데뷔를 기다리고 있다. MLB닷컴 기준 리그 전체 12위, 샌디에이고 팀 내 2위 유망주다. 당초 샌디에이고가 보하르츠와 계약을 맺을 때부터 언젠가는 그가 2루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샌디에이고의 미래라 불리는 메릴이 있었기 때문이다.
캔자스시티 보비 위트 주니어. 게티이미지
김하성 입장에서도 유격수 복귀는 당연히 희소식이다. 지난 시즌 김하성은 타율 0.260에 OPS 0.749를 기록했다. 100을 기준으로 하는 wRC+(조정득점생산력)은 112를 기록했다. 리그 전체 유격수들 성적에 대입하면 전체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wRC+ 115로 바로 위 순위인 캔자스시티 유격수 보비 위트 주니어(24)가 최근 11년 2억8880만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김하성이 올 시즌 유격수 자리에서 지난 시즌만큼의 공수 능력을 발휘한다면 FA 시장에서 가치는 천문학적인 수준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총판의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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