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바르셀로나의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 AFP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김경무 전문기자] “FC바르셀로나(바르사) 감독은 ‘잔인하고 유쾌하지 못한’ 자리다. (내) 후임자가 그 일을 즐기는 건 불가능하다.”

이번 시즌 말 중도사퇴를 선언한 바르사의 사비 에르난데스(44) 감독이 1일(오전 3시·한국시간) 오사수나와의 2023~2024 스페인 라리가 홈 22라운드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독설을 쏟아냈다.

지난 2021년 후반 네덜란드 출신 로날드 쿠만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아 바르사를 이끌어온 사비 감독은 자신의 임기 중 업적이 “충분히 평가된 적이 없다”며 불만도 토로했다.

지난 토요일 이번 시즌 스페인국왕컵 8강전에서 비야 레알에 3-5로 패한 뒤 그는 2025년까지 계약돼 있음에도 시즌이 끝나년 바르사를 떠날 것이라고 폭탄선언했다.

바르사는 지난 2022~2023 시즌 사비 감독의 지휘 아래 스페인 라리가 우승을 차지했으나, 이번 시즌엔 4위(13승5무3패 승점 44)로 처지는 등 부진하다. 한 경기를 더 치른 선두 지로나(17승4무1패 승점 55)에 11점이나 뒤져 있다.

지난 14일 스페인 수페르코파 결승에서는 숙적 레알 마드리드에 1-4로 참패를 당하며 시즌 첫 우승 기회를 날려버렸다.

사비 감독은 “매일 쓸모없는 존재라는 느낌이 든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미 내게 말했다. 나는 루이스 엔리케가 고통받는 것을 봤다”며 전임 감독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는 요구(demand) 수준에서 문제가 있다. 즐기지 않고 항상 삶을 위해 플레이를 한다. 잔인하다.”

사비 감독은 자신이 한 일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일반적으로 나는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다. 특히 그것이 구단일 때 어느 정도의 마모(wear and tear)를 일으킨다”고 답했다.

“나는 항상 내 생각을 말해왔다. 우리 팀은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나를 죽인다. 2010년의 바르사 면모가 없다고 말하면 또한 비판이 나온다. 내가 무엇을 하든 비판이 있다. 내가 하는 말은 아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것은 구단, 그것을 순환시키는 환경, 요구와 관련된 문제다. 그래서 지금이 떠나기에 적기라는 느낌이 든다.”

“(다음 감독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이게 문제다. 나는 그들에게 자기 자신이 되고, 자연스러워지고, 영향을 받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사비 감독은 “내 꿈은 바르사 감독을 맡고, 이기고, 좋은 축구를 하는 것이었다. 내가 한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깨끗한 양심을 가지고 있다. 내 후임자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는 그것을 즐기라는 것이지만, 그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조안 라포르타 회장이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고 느꼈고, 그에게 보여준 기회와 신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향후 복귀 가능성은 열어놨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나는 클럽맨이고, 클럽이 나를 필요로 할 때 클럽을 위해 여기에 있다.”

사비 감독은 부임 첫 시즌 바르사를 9위에서 2위로 올려놨고, 지난 시즌에는 바르사의 지난 2019년 이후 처음 라리가 우승을 이끌었다.

[총판의민족]